12가지 인생의 법칙
내가 감춰왔던, 나도 몰랐던 추악한 모습과 그 이유를 낱낱히 해부해서 눈 앞에 들이댄 책
아주... 엄청나게 후두려 맞았다. 여기에 안 좋은 예시로 나오는 모든 나쁜 예시와 성격을 내가 모조리 갖고 있다. 내가 이렇게까지 저열하고 비겁하고 한심한 인간이라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그나마 장점이라고 생각하고-사실은 장점이라고 생각하려고 노력했던- 행동해왔던 그 모든 것들의 추악한 속마음을 정확한 단어로 지적하며 가차없이 실체를 드러냈다.
특히 봉사의 의도와 병적인 인간관계에 대한 부분이 그랬다. 나는 정기봉사를 몇 번 했었고, 스스로도 봉사하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최악의 인간은 아니었다는 점에 그나마 아주 조금 위안이다. 봉사할 때도 내 속마음을 100% 언어로 정의할 수 없었지만, 내가 심리적인 이득을 얻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어서 하는 거지 이타적이어서가 아님을 아주 잘 알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말하곤 했다. 하지만 내가 봉사를 하고자 했던 목적과 집착을 남의 입으로 듣게 되니 마음이 찔렸다. 또, 인간관계... 왜 나는 쓸모없는 인간들과 친구를 하는 걸까, 왜 병적인 관계를 끊어내지 못하는 걸까... 나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주며 스스로 보람을 느끼고 내가 착하다고 생각했고 멋진 나에 도취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솔직하게 인정하게 되었다. 나는 그저 명예를 얻고 싶었고, 착한 척 하면서 수혜자에게 마음의 빚을 지우고 싶었던 거다. 그리고 가장 인정하기 싫지만 사실인 부분.. 나는 나보다 잘나고 멋지고 훌륭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어울릴 만한 그릇이 아니었던 거다. 불성실하고 노력할 의지도 없는 주제에 열등감과 질투심만 많아서 괴롭더라. 착한데다가 자기 삶에 집중하는 그들은 바빠서 나에 대해 관심도 없는데, 혼자서 끊임없이 비교했고 나는 더욱 초라해졌다. 그래서 나는 나보다 열등하거나 도움이 안 되는 사람들만 곁에 두었나보다. 유유상종이라는 사자성어만큼 내가 피부로 절실히 와닿은 사자성어는 없었다. 이제부터라도 나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들을 만나고, 더 발전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그리고 더 나은 사람들인 책을 가까이해야지.
나는 인간관계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문제가 많았다. 자꾸 쓸모없는 인간관계를 만들고, 병적으로 집착하곤 했다. 그런 점에서 3장을 읽을 때 정말 괴로웠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의 문제점을 낱낱히 해부하고 파헤친다. 다행인 점은, 이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나의 속마음을 인정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앞으로 쓸모없는 인간관계와 집착하는 마음은 모두 도려내야겠다. 아무래도 3장은 복사해서 매일 들고다니며 읽어야 할 것 같다.
쉬운 책은 아니다. 철학, 종교에 관련된 내용까지 꽤 심도 있는 내용을 다룬다. 아니, 이렇게 간단한 걸 설명하자고 이렇게나 길게 설명한다고? 이런 방식으로(철학자들 예시)까지 설명한다고? '어깨 펴고 당당하게 살아라'라는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 바닷가재의 생물학적 특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쉬운 길이 아니라 의미있는 길을 선택해라'라는 부분에서는 여러 신화를 설명하는데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책도 상당히 두꺼워서, 날 잡고 제대로 집중해서 읽어야하는 동시에 또 깊이 있는 내용이기에 몇 차례에 걸쳐 잠시 끊고 곱씹으며 읽어야 했다. 12가지 법칙 중에서 내 삶에 적용할 것이 가장 많은 부분은 3, 4장이었다. 부모가 아니어서인지 5장, 12장은 크게 와닿지는 않았지만, 부모님이 나를 좀 더 좋은 방향으로 키워주셨다면.. 하는 원망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지금부터라도 발전하는, 성장하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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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마지막 장의 남녀 차별에 대한 부분은 동의하기 어려운 점이 몇 군데 있었다. 고소득 고학벌 여성은 많아지지만 남성의 학업성취도는 낮고 고소득 전문직 비율도 높지 않다면, 여성은 눈을 낮춰야 하는건가? 그리고 남성중심으로 역사가 쓰여서 많은 여성들이 묻힌 것도 사실인데, 역사가 남성중심임을 부정하는 것 같았다. 또, 여성을 위해 애쓴 소수의 남성의 존재가 '문화가 남성 위주로 발전해왔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건 일부 예외일 뿐이다.
피터슨의 책을 읽으니 미생 2의 김부련 부장에 대한 묘사가 생각났다.
장황한 표현을 즐겨하는 상대에겐 거침없는 가지치기를 가한다.
국자로 끓어오른 기름을 떠내듯, 그래서 비로소 맑은 국물만 남기듯, 그와 대화를 나눈 상대는 자기 말의 실체를 목격하게 된다.
기름기가 제거된 소박한 자기의 말이 수사로 가득 찬 거품인지, 맑은 국물인지를.
-미생 2부 7화-
패배자의 자세를 하고 있으면 사람들도 당신을 패배자로 취급한다.
반대로 당신이 허리를 쭉 펴고 당당한 자세를 하고 있으면 사람들 역시 당신을 다르게 보고 그것에 맞게 대우한다. 똑바로 서라! 가슴을 펴고!(55)
당신 자신을 도와줘야 할 사람으로 대하라
원칙을 명확히 세우고, 약속을 지켰을 때는 스스로에게 충분히 보상을 주자.(103)
당신에게 최고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만 만나라.
자신의 가치를 낮게 보는 사람들은 대체로 삶에 대한 책임을 외면하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늘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친구로 둔다. 그들은 스스로 좋은 삶을 누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 인생에 아무 기대도 하지 않는다. 어쩌면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게 싫을 수도 있다.
우리에게 유익한 사람하고만 관계를 맺는 것은 이기적인 행위가 아니라 바람직한 행위다. 우리는 그들 덕분에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고, 그들도 성장하는 우리를 보고 좋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건강하고 이상적인 인간관계란 이런 것이다.
당신의 원대한 목표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으면 함부로 행동하기가 어려워진다. 당신이 냉소적이고 파괴적인 모습을 보일 때 그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자신이나 주변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선택을 하면 힘을 보태줄 것이고, 그렇지 않을 때는 등을 돌릴 것이다. 따라서 사소한 선택이라도 신중하게 결정하고, 소임과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각오를 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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